아람교회
창조절 2026년 11월 2일 월요일 첫빛예배

주님이 정해 주신 자리

예레미야 5:18-31 · 시편 5 · 데살로니가전서 2:13-20

설교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백성들의 물음에 분명히 대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왜 이런 어려움이 닥쳤느냐고 묻거든, 너희가 하나님을 버리고 헛된 것을 섬겼기 때문이라고 전하라는 겁니다. 당시 사람들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답답한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예레미야서에는 끝없이 흔들리는 백성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래로 바다의 경계선을 만들어 놓으셔서 아무리 거센 파도가 쳐도 바닷물이 땅을 넘지 못하게 하셨지만, 백성들의 죄악은 철따라 내리는 비와 먹을 곡식을 가로막아 누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백성들은 그 하나님을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하나님에게서 돌아서서 멀리 떠나고 만 겁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떠난 뒤에 한 일은 끔찍했습니다. 사냥꾼이 새를 잡으려고 덫을 놓듯이, 사람들은 이웃을 걸려 넘어지게 할 함정을 파고 남을 속여서 빼앗은 재물로 자기 집을 가득 채웠습니다. 남의 것을 빼앗아 피둥피둥 살이 찌고 세도를 부렸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내 힘으로 앞날을 쥐어보겠다는 욕심이 끝내 사람을 잡는 덫이 된 것입니다.

수백 년 뒤에 쓰인 데살로니가전서에는 이와 전혀 다른 성도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으로 복음을 받아들였고, 동족에게서 큰 괴로움을 겪으면서도 믿음의 길에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불안을 이기려고 남을 속였지만, 초대교회 성도들은 환난 속에서도 주님 안에서 서로의 기쁨과 영광이 되어 주었습니다.

시편에서도 시인은 아침마다 조용히 하나님 앞에 엎드립니다. 거짓을 일삼고 남을 해치는 자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뒤흔들어도, 오직 주님의 크신 사랑에 기대어 성전을 바라보며 주님의 뜻을 기다리는 겁니다. 주님께 피하는 사람을 하나님께서 큼직한 방패처럼 은혜로 지켜 주실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앞날에 대한 걱정과 불안 때문에 가슴이 조여올 때가 있습니다. 모아둔 돈은 부족한 것 같고, 내일 일은 알 수 없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찾아옵니다. 어떻게든 내 힘으로 상황을 다잡아 보려고 온종일 머리를 굴리며 아등바등 애를 쓰지요. 그렇게 밤낮으로 쫓기다 보면 마음에는 피로와 조급함만 가득 차오릅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찹니다.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다가올 앞날 그 자체가 아니라 내 뜻대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일 때가 많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쥐고 흔들어야만 안전하다는 착각이, 도리어 우리를 더 깊은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불안에 쫓겨 내 욕심을 채우려 하지 말고, 주님이 정해 주신 자리를 묵묵히 지키십시오.

그것은 내 손으로 세상을 통제하려는 불안을 내려놓는 결단이었고,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자리에 온전히 머무는 참된 평안이었습니다. 아무리 큰 파도가 몰아쳐도 모래 경계선을 넘지 못하듯, 오늘 하루 하나님이 그어 주신 보호의 품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아침을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설교 후 기도

주님,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저희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거센 파도 앞에서도 모래 경계를 정해 주신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게 하옵소서. 스스로 모든 것을 쥐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오늘 우리에게 정해 주신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게 인도하여 주옵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각성 · 이디 메이 헤럴, 1975

Awakening · Edie Mae Herrel, 1975

이디 메이 헤럴의 1975년 작품 「각성」은 동판화와 판화에서 섬세하고 디테일에 충실한 독자적 양식을 발전시킨 작가의 작품입니다. 성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관람자를 영성과 깊이 교감하도록 이끄는 점에서, 이 작품은 불안을 내려놓고 주님이 정하신 자리에서 숨을 고르라는 오늘의 묵상과 담백하게 맞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