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교회
창조절 2026년 11월 6일 금요일 첫빛예배

신호를 듣는 귀

아모스 3:1-12 · 시편 70 · 요한계시록 9:13-21

설교

성읍에 비상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면 누구나 두려워하며 크게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예언자 아모스가 살던 시절의 사마리아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적들이 쳐들어올 것을 알리는 비상나팔이 성읍에 울리면 누구라도 두려워하며 대비해야 마땅한데, 그들은 성벽 안에서 여전히 폭력을 휘두르고 남의 것을 빼앗아 창고에 가득 쌓아 두고 있었습니다.

아모스서에는 하나님께서 자기 종 예언자들에게 알리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신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사자가 숲에서 으르렁거리면 온 짐승이 떨듯이, 하나님께서 경고의 말씀을 쏟아내시면 누구라도 잘못된 길에서 돌아서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눈앞의 안전한 성채와 화려한 침대만 믿은 채,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마지막 신호를 끝내 모른 체했습니다. 결국 튼튼하다 믿었던 요새는 무너졌고, 목자가 맹수의 입에서 양의 찢긴 귀 조각 하나를 겨우 건져내듯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비참한 자리에 이르고 맙니다. 하나님이 주신 기회의 소리를 끝내 듣지 못했던 겁니다.

요한계시록에서도 이와 꼭 닮은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자 무시무시한 기마대가 나타나 큰 혼란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본문을 가만히 보면, 그런 무서운 재앙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자기가 지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고, 도리어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우상들에게 절하며 고집스럽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시편 70편의 시인은 정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그는 조롱과 곤경에 둘러싸인 순간에도 마음을 닫지 않고, 하나님을 찾으며 지체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간절히 매달립니다. 재앙 앞에서도 굳어버린 사람들과 달리,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신호에 정직하게 반응했던 겁니다.

요즘 우리는 손안에 쥔 휴대폰으로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으며 살아갑니다. 화면 위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새로운 소식이 깜빡이고, 시끄러운 알림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집니다. 온갖 알림이 쏟아지다 보니, 정작 내 마음에 울리는 불안이나 지침 같은 진짜 신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곤 합니다. 그냥 바쁜 하루가 지나가면 다 괜찮아지겠지 싶어서 애써 모른 척 덮어두는 겁니다. 그런 신호들을 하나둘 지나치다 보면,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깊은 탈진과 원망에 빠지고 맙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화려한 지식이 아니라 내 영혼이 보내는 작은 경고음을 알아채는 차분한 안목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경고의 소리에 귀 기울여 마음을 돌이킵니다. 눈앞의 평안에 취해 삶의 경고를 모른 척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마음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를 사소하게 넘겨버리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내 욕심을 채우느라 하나님이 건네시는 멈춤의 신호를 외면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분주한 소음을 잠시 멈추고 주님의 말씀 앞에 정직하게 서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고집을 내려놓고 돌아서기만 하면,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바른 품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오늘 하루, 세상의 요란한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주님이 보내시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며, 흔들림 없는 참된 평안 가운데로 걸어가는 여러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설교 후 기도

하나님, 세상의 요란한 소리에 파묻혀 주님이 보내시는 작은 신호를 무심히 지나쳐 온 저희의 연약함이 있습니다. 굳어진 고집을 내려놓고 주님께로 마음을 돌이키게 하옵소서. 오늘 우리 하루가 분주함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말씀에 귀 기울이며 참된 평안을 누리게 인도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사자 · 알브레히트 뒤러, 1494

Lion · Albrecht Dürer, 1494

함부르크 쿤스트할레 · 독일

알브레히트 뒤러의 1494년 작품 「사자」는 독일 함부르크 쿤스트할레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아모스의 ‘사자 입에서 양의 귀 조각 하나 겨우 건져내’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평안에 취해 위험 신호를 흘려보내지 말고 회개하라는 오늘 묵상을 붙들기 위해 골랐습니다.